백야도와 개도 사이, 가막만의 서쪽 물길 위에 작은 섬 하나가 떠 있다.
제도(濟島) 전경
이곳이 제도다. 여수반도의 남서쪽에서 약 15km, 백야도에서 남동쪽으로 불과 2km 거리. 멀리서 보면 섬의 형세가 제비가 날개를 편 듯 부드럽다 하여, 옛사람들은 ‘젤섬’, ‘제비섬’이라 불렀다.
조선 숙종 때에는 ‘제리도(濟里島)’로 불리다가, 1914년 행정 개편으로 지금의 이름 ‘제도(濟島)’가 되었다. 섬의 면적은 1.04㎢, 해안선은 9km 남짓. 69명이 살고 있는 이 작은 섬에는 요막산(86.6m)과 얼릉산(71.6m)이 나란히 솟아 있다.
산이라기보다 언덕에 가까운 높이지만, 그 너머로 보는 바다의 풍경은 남해의 품 안처럼 아늑하다. 해안은 대부분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쪽에는 간석지가 넓게 발달해 굴과 김 양식장이 줄지어 있다.
바다의 냄새와 굴껍질의 빛깔이 하루의 리듬을 만든다. 보리와 마늘, 고구마가 자라며, 바다에서는 우럭과 농어, 넙치와 전복, 문어와 낙지가 잡힌다.
제도의 바다는 고요하지만, 그 속엔 수많은 생명의 숨결이 흐른다.
320여 년 전, 육씨가 처음 이 섬에 들어와 터를 잡고 임씨, 배씨, 서씨가 들어와 살며 마을이 형성되었다.
지금도 제도항을 중심으로 마을이 반원형 포구를 이루고, 어선들이 닻을 내리면 바다의 하루가 끝난다.
예전엔 초등학교 분교가 두 곳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다. 아이들의 웃음 대신 파도소리가 운동장을 채운다. 그래도 보건진료소, 마을회관, 어촌계, 부녀회가 있고 섬사람들은 바람처럼 단단히 이어져 있다.
오후가 되면 마을 어귀에 모여 굴껍질을 고르고, 해 질 무렵이면 어선이 포구로 돌아온다. 그날의 바다 냄새가 저녁밥보다 먼저 집 안을 채운다.
백야도에서 제도로 건너는 항로는 짧다. 불과 500m 남짓이지만, 그 거리에는 바다가 지닌 모든 시간의 깊이가 들어 있다. 백야등대에서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섬, 그래서 제도는 외롭지 않다.
자봉도와 개도, 월호도가 곁을 지켜주며, 밤이 되면 제비섬이라 불렸던 그 이름처럼, 섬은 바다 위에서 고요히 날개를 편다.
굴빛 노을이 사라지고, 등대의 불빛이 바다를 적실 때, 제도는 여전히 남해의 한가운데서 바람과 별의 언어로 세상과 대화를 나눈다.
▲전) 전라남도 민선 교육의원
전라남도 명예예술인
사) 여수수필문학회 이사장 윤문칠
제도의 새벽
물안개 피어오른 새벽,
제비 닮은 제도에서
바다와 가까운 이웃을 부른다
백야도, 개도, 그리고 사도.
그 섬마다 삶의 길이 연결되어 있다.
선박 항로에는
갈매기 합창이 울려 퍼지고,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릴 땐
백야도 등대의 불빛을 바라보며
육지의 소식을 기다린다.
제리도의 노을 아래,
갯벌 위를 걷는 노인의 발자국을 따라
세월을 품은 물결에 스며들고,
바다 건너 배달되는 소식에
누군가의 기다림이 접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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