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잡은 생선회에 개도 막걸리 한 잔 들이켜면, 그날 하루 녹아 내려...
‘개도’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주변에 작은 섬들을 거느린 큰 섬이라 ‘덮을 개(蓋)’자를 써서 붙인 이름이고, 또 하나는, 봉화산과 천제봉이 개의 두 귀처럼 솟아 있어 ‘개섬’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섬 하나도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커다란 귀를 활짝 열고, 오늘도 사람들의 이야기와 바닷바람을 듣고 있는 듯하다.
▲ ‘개도(蓋島)’ 전경
개도는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섬으로, 면적은 약 9.5㎢, 해안선 길이는 25.5km에 달한다. 섬 전체가 바다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모전항, 화산항, 여석항 같은 방파제들은 어부들의 삶을 지키고, 호령·월항·신흥마을까지 12곳의 포구는 바닷길을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길고 굴곡진 해안선은 파도에 닳고 닳으며 기이한 절벽과 해식애, 암석 단구를 만들었고, 몽돌해변인 모전 해수욕장은 마치 자잘한 보석을 깔아놓은 듯하다. 개도의 풍경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르게 숨 쉰다.
연평균기온 14.4도, 온화한 기후 속에 동백나무가 무성해 마치 남국의 섬처럼 느껴진다. 보리, 콩, 고구마, 마늘 같은 농작물이 자라고, 바다에서는 미역과 갯것을 캐는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 이름도 정겹다. ‘개도 사람 길’ 옛날, 미역을 따고 지게를 지고 오가던 주민들의 발자국을 따라 만든 길이라 그 길을 걷다 보면, 바람결 따라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늘 미역 많이 땄소?”
“한 망태 채웠네, 그나저나 내일 바람 좀 잦아들었으면…”
길은 말없이 그날의 시간과 기억을 우리에게 건넨다. 음력 3월 3일이면 화산마을 정자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인다. 산신제를 지내며 마음의 평안과 풍년, 바다의 무사안일을 기원하고 풍악을 울리며 마을을 돈다. 그 모습은 전통을 지키는 행위이면서도 이 섬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개도에는 10개의 자연마을이 있고 부녀회, 노인회, 어촌계도 활발하며, 치안센터, 우편취급소, 농협지소, 보건지소까지 작지만 알차게 갖춰져 있다. 작은 섬이지만, 동력어선만 해도 171척. 화물차, 승용차, 버스까지 어엿하게 다닌다.
한때 500여 명의 초등학생이 다니던 학교는 지금 폐교 위기에 놓였지만 아직도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고, 마을마다 회관과 복지관, 도서관이 자리해 있다. 아이들 웃음이 다시 번지길 바라는 건, 이 섬을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개도는 아직 육지와 연결되지 않았다. 백야도에서 제도, 월호도, 화태도를 거쳐 2027년엔 다리가 놓일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돌산항과 여수 여객선터미널에서 한일페리호를 타고 개도에 닿았는데 지금이야 1시간이면 족하지만, 예전에는 ‘창영호’를 타고 3시간 넘게 흔들려야 도착했다.
낚시터로도 유명한 이 섬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막걸리다. 갓 잡은 생선회를 앞에 두고, 섬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를 한 잔 들이켜면, 그날 하루는 그 자리에서 완성된다. 개도는 오늘도 파도를 맞으며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섬은, 바다와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아닐까?
▲전) 전라남도 민선 교육의원
전라남도 명예예술인
사) 여수수필문학회 이사장 윤문칠
개도
가막만 바다는 말이 없다.
봉화산, 천제봉에 우뚝 솟은
엄마의 가슴 섬.
호수에 둘러싸인 개도,
그 이름을 부르면
바다 건너 섬들이 속삭인다.
숨 쉬는 연안,
바다 위의 부유들은 삶의 보배.
붉게 물든 석양빛 노을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되고
햇살이 흩어질 때면
섬사람들은 어장의 길목에서
잔잔한 물결의 꿈을 건져 올린다.
희망을 열어가는 여수인터넷뉴스
기사제보/취재요청 061) 691-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