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화정면 사도는 동북쪽으로 화양면, 북서쪽으로 고흥반도와 마주하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 모래가 쌓여 이루어진 섬이라 하여, 모래 ‘사(沙)’와 호수 ‘호(湖)’를 써서 ‘사호(沙湖)’라 불렀다. 1896년 돌산군 설립 당시에는 화정면 낭도리에 속했으나, 1914년 화개면과 통합되어 화정면 사도리가 되었고 오늘에 이른다.
▲ 사도전경(본섬-중도-증도-장사도-추도-연목-나끝)
사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섬이다. 해마다 조수간만의 차로 수심이 낮아지면서, 용암층이 바닷물과 만나 사도와 추도 사이의 바닷길이 갈라진다.
▲전) 전라남도 민선 교육의원
전라남도 명예예술인
사) 여수수필문학회 이사장 윤문칠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정월 대보름 전후, 음력 2월 초하루 영등시 날이면 본도와 추도, 간도, 시루섬, 장사도, 나끝, 진대섬 등 일곱 개의 섬이 ‘ㄷ’자 형태로 이어지며 길이 780m, 폭 15m의 해저 지면이 드러난다.
바다 한가운데에 길이 생기는 이 신비한 현상은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때를 맞춰 섬을 찾는다.
사도의 면적은 0.89㎢, 해안선 길이는 6.4㎞이며, 2024년 12월 기준 24가구 39명(남 22명, 여 17명)이 거주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성주 배씨가 이곳을 지나다가 해초류가 풍부해 생계를 꾸릴 수 있겠다 하여 정착하였다고 전한다.
섬 일대는 백악기 퇴적층이 넓게 분포해 있어 공룡 발자국(755점)이 발견되었으며,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사도(모래섬)를 중심으로 추도(용궁섬), 중도(공룡섬), 증도(시루섬), 장사섬(만물섬), 부도(보물섬), 간도 등이 어우러진다.
▲ 거북바위
사도에는 전설과 명소가 많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나라 걱정으로 머물렀다는 장군바위, 거북의 모습을 닮은 거북바위, 2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멍석바위, 제주 용두암의 꼬리라 불리는 용미암, 높이 20m의 동굴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고흥을 시찰하며 사도에 들러 거북바위를 보고, 해전에서 쓸 거북선의 형상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공룡 발자국
사도는 백악기의 흔적이 남은 ‘공룡섬’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루섬의 기암절벽에 퇴적층이 고루 분포해 있으며, 규화목 화석층에서는 길이 1.5m의 대형 화석이 발견되었다.
공룡 발자국 화석은 세계 최장 84m에 이르는 보행렬로 확인되어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되었다. 타포니 현상으로 생긴 바위의 구멍, 용암이 굳으며 남긴 바위맥, 절벽마다 자리한 용암 흔적과 나무화석 등은 마치 자연사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하다.
▲ 은빛모래 양면해수욕장
사도의 해안에는 양면이 바다로 트여 있는 양면바다 해수욕장, 고운 모래밭의 사도 해수욕장, 돌꽃이 피어난 본도 해수욕장 등 세 개의 해변이 있다. 썰물 때는 양면 해수욕장을 건너 시루섬까지 걸을 수 있어 탐방객들에게 인기다. 은빛 백사장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은 사도의 또 다른 얼굴이다.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강담’이라 불리는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크고 작은 돌을 맞물려 쌓은 독특한 구조로, 고대 성곽을 연상케 한다. 이 돌담길은 마을 전체를 감싸며 등록문화재 제367호로 지정되어 있다.
▲ 증도(시루섬)의 용미암
※용두(적두)암은 추도에 있고, 용추(척추)암은 장사도에 존재함.
전문가들은 사도 일대의 공룡 발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같은 방향으로 이어진 점을 근거로 이곳에서 공룡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여수시는 낭도리 공룡 발자국 기록화 사업을 통해 이 지역의 지층 연대를 조사하고 안내판을 세웠다. 그 결과, 사도의 지층은 국내 다른 공룡 화석 산지보다 비교적 젊은 시기로 밝혀졌으며, 공룡이 멸종하기 직전의 생태 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 선녀탕
※성인 2명 입욕 공간으로 무좀 등 피부병에 특효하다는 비밀.
파도와 바람은 그 오랜 발자국을 오늘까지 지켜왔다. 수천만 년 전의 생명의 흔적이 모래와 암석에 새겨져 남았듯, 지금 우리가 남기는 발자국 또한 바다와 시간 속에 남을 것이다. 공룡의 발자국이 자연의 유산이라면, 사람의 발자국은 자연과 공존해야 할 약속의 흔적이어야 한다.
사도 마을은 크지 않다. 중도에서 본도까지 걸어도 2km가 채 안 되지만, 섬은 아담하고 조용하다. 젊은이들은 거의 없고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손바닥만 한 밭에 마늘, 콩, 깨를 심어 외지로 나간 자녀들과 나누며 살아간다. 초등학교 분교는 폐교되었고, 바람과 새들만이 운동장을 지난다.
▲ 탄생굴
※공룡알석(약20kg), 만지면 불임부부에게 효험이 있다는 전설이 누설돼 사라짐.
여수와 고흥을 잇는 연륙교가 개통되면서 사도는 새로운 길목이 되었다. 백야도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상·하화도를 거쳐 여자만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이 섬은 낭도에서 사도, 추도, 상·하화도를 잇는 여객선 항로가 개선되며 접근이 한결 쉬워졌다.
여수시는 2026년 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낭도와 사도를 잇는 보행 전용 다리 건설을 추진 중이다. 차가 아닌 사람의 발로 건너는 이 길은, 머지않아 남해안의 새로운 탐방길이 될 것이다.
▲ 본도와 연결된 연목과 나끝
사도
바다가 갈라지는 영등사리,
일곱 섬이 손을 맞잡고
모세의 길이 열린다.
하얀 모래 위 갈매기 한 마리,
공룡의 발자국 위에 앉아
오래된 시간을 쪼아본다.
거북바위 앞 충무공,
바다의 뜻을 품어
어허, 둥둥, 승전의 북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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