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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필/스토리 텔링) 거문도의 전설(원작)...“신지끼 인어공주”

거문도에 가면 아름다운 신지꺼 공주를 만날 수 있다

기사입력 2023-05-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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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도에 가면 아름다운 신지꺼 공주를 만날 수 있다.
 

▲ 김용필 소설가

휘영청 달 밝은 밤 녹산 해변 신지끼 여 물개 바위에서 한 여인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은비늘 꼬리를 반짝거리며 가냘픈 몸짓으로 물 위를 걸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파고가 물결을 치올렸다 내리며 여인은 하얗게 드러난 여암에 앉아 구성진 노래를 부른다. 어디서 불어오는 한 가닥 바람결이 여인의 옷자락을 물속에 잠기며 은비늘 꼬리가 물결을 찰랑거린다.

 

    임아, 임아, 내님아, 그리운 내님아

    오시면 온다고, 못 오시면 못 온다고 말이나 하소서

    임아, 임아, 내 님아, 그리운 내님아

    임 그린 세월 수천 밤낮, 그 언제나 오시려나

 

녹산 등대가 신지끼 여 물개 바위를 휘둘러 내리며 여인은 두 손을 번쩍 들고 바다를 향하여 돌을 던지며 노래를 부른다.

 

    첨벙, 첨벙,

    태풍아 불지마라. 태풍아 오지마라.

    내님 오시는 날 바람아 불지마라

    풍랑치고 태풍불며 내님이 못 오신다.

    태풍아 불지마라. 풍랑아 치지마라

    내님 오시는 뱃길에 풍랑아 불지마라

    우리 님 못 오신다. 파도야 치지 마라.

    우리 님 오는 길에 풍랑아 치지마라.

 

신지끼 여 물개 바위에서 인어공주가 한스러운 노래와 춤을 추다가 먼 서해를 바라본다. 바람이 거세게 일어난다. 여인은 바다에 돌을 던진다. 첨벙, 첨벙, 첨벙, 그리고 몸을 일으켜 바다로 내려선다. 긴 꼬리가 등댓불에 번쩍거린다. 상반신은 어여쁜 여인이고 하체는 긴 꼬리를 단 인어다. 다시 여인은 긴 꼬리를 물속에 박고 하늘대다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그녀는 신지끼 여 인어공주였다.

 

여인이 사라진 여암에 거친 파도에 몰아치고 있었다. 하얀 암초가 물 위로 드러났다가 다시 물속으로 잠긴다. 드러났다 잠기고 사라졌다 드러나는 여암, 여인이 사라진 여암에 물결만 넘실대고 파도는 슬프게 울어 대고 있었다.
 

전설의 여인 신지끼 여 인어공주는 거문도 녹산 등대가 보이는 여암에서 비오는 밤이나 풍랑이 치고 태풍이 불 때면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며 풍덩 풍덩 바다에 돌을 던지면서 어부들에게 태풍이 온다는 예고를 하였다.
 

거문도의 서도 끝자락 녹산 등대와 코바위 사이 해변에 솟아오른 암초에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헤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천사가 내리는 물개 바위라고 부르고 신지끼 여라고 불렀다. 바위에 걸터앉은 여인의 모습은 상체는 여자이고 하체는 고기 꼬리를 단 인어공주였다. 그녀는 밤마다 예쁜 얼굴에 아름다운 몸매를 보이며 여암에 걸터앉자 있었다.
 

신지끼 여 인어공주는 태풍이 오거나 풍랑이 일 땐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나타나서 물속에 돌을 첨벙첨벙 던지며 노래를 부른다. 신지끼가 나타나서 돌을 던지면 태풍이 불거나 폭풍이 몰아쳤다. 어부들은 이 소릴 들으며 바다에 나갔다가도 태풍과 풍랑을 피해 항구로 돌아오거나 출항하지 않았다.

신기끼 여 공주의 예고를 무시하고 바다에 나갔다간 죽음을 맞는다. 전설과 예언의 여인 신지끼는 거문도 어부들의 생명을 구해주었고 안전한 뱃길을 열어주는 수호신이었다. 해마다 어부들은 정월 보름날 수많은 생명을 구해준 신지끼 여암의 인어공주를 찾아가서 제사를 지낸다. 고맙소, 감사합니다. 신지꺼, 신지꺼 인어공주님......

 

그녀는 등대의 화신이며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등대 앞에 나서면 저 멀리 여암에 하얀 피부의 어여쁜 여인이 미소를 지우며 상반신을 드러내고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인은 둥글게 말아 올린 긴 머리채를 풀고 두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선다. 길게 늘어진 꼬리가 반짝반짝 빛난다. 여인은 긴 꼬리를 내 휘둘린다. 그리고 첨벙첨벙 바다에 돌을 던지고 노래를 부른다.

 

녹산 등대 코바위 해변에서 첨벙,첨벙, 돌던지는 소리와 가냘픈 여인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날엔 어부들은 바닷 일을 거두고 닻을 내린다.

 

거문도의 전설의 여인, 신지끼 여 인어공주는 일본의 작은 소국의 여왕이었다. 사랑하는 연인 소복을 따라 중국으로 가려다가 이곳에서 죽었다. 그리고 인어로 환생하여 물개 바위에 걸터앉아 소복을 기다리며 애탄 노래를 부르며 한의 춤을 추었다.

 

거문도의 전설 신지꺼는 고대 진나라 연금술사 서복의 방문으로 시작된다. 중국 진나라 황제는 어느 날 연금술사인 서복을 불렀다.
 

“불로장생의 명약 연단(鉛丹은 어떻게 되었느냐?”

“연단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서복이 아뢰었다.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그대가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찾지 못하면 만들어 내야지.”황제가 진노하였다.

“동방의 조선에 가면 불로장생의 명약 연단이 있답니다. 절 그곳으로 보내주시면 꼭 찾아오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떠나라.”
 

소복은 황제가 꾸려준 선단을 데리고 불로장생의 명약인 연단을 구하려고 조선으로 떠났다. 불로장생의 명약 연단은 납과 수은이 화합된 광석이었다. 이 광석은 죽는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영원히 늙지 않는 명약으로 수많은 연금술사가 만들려고 했지만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연단이 천연 광석으로 조선의 거문도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조선의 섬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오너라.” 진시황제의 명은 지엄했다.
 

서복은 녹산이란 선단에 100명의 선원을 태우고 조선의 남쪽 다도해 섬과 거문도까지 뒤졌으나 연단을 찾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일본 규수의 섬들을 모두 돌아보아도 연단은 없었다.
 

서복은 마지막으로 일본 규수의 이키섬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이섬의 수장인 신지 여왕을 만났다. 여왕은 서복을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 버렸다. 여왕은 서복에게 술자릴 마련해 주었다.
 

“무엇을 찾으려고 이곳까지 왔습니까?”

“연단을 찾으려고 왔소이다.”

“세상에 그런 명약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 약을 찾지 못하면 전 목숨을 부지 못합니다.”

“그럼 돌아가지 말고 저와 이곳에서 삽시다.”
 

서복은 이끼섬에 머물며 명약을 찾고 다녔고 여왕은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와주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서복과 신지 여왕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애틋한 여왕의 사랑에 그는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렸다. 어느 날 신지여왕은 서복에게 전해줬다.
 

“그 신비의 명약 연단이 조선의 거문도란 섬에 있답니다.”

“뭐요, 정말 거문도에 연단이 있단 말이요?”거문도는 다녀왔던 섬이었다.

“저의 부족의 뱃사람이 거문도에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죽을 뻔했는데 누군가가 준 연단을 먹고 살아왔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당장 거문도로 갈 것입니다.”

서복은 녹산 선단을 거문도로 돌렸다.

“거문도 옆 섬이랍니다. 제가 길 안내를 하겠습니다.”

“그대는 이끼 섬의 여왕인데 어찌 나라를 비운단 말이요?”

“사랑하는 임을 위한 일인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전 나라와 소복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소복님을 택할 것입니다.”

“나도 신지 여왕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난 황제의 지엄한 명령을 수행하는 중이라서 떠나야 합니다.”

“제가 뱃길을 안내하겠습니다.”
 

신지여왕은 왕관을 버리고 서복을 따라나섰다. 서복은 신지의 안내로 거문도를 찾아왔다. 거문도에 도착한 서복과 신지는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연단을 찾고 다녔다. 마침내 하얀섬 백도에서 불로장생의 광물 연단을 찾았다. 붉은색 광석이었다.
 

“이것이 연단이옵니다.” 신지 여왕이 말했다.

“오, 이것이 연단이군요.” 서복이 감탄했다. 그때 해신령이 서복 앞에 나타났다.

“절대 그 연단을 백도 밖으로 옮길 수 없다.”

“이 연단을 가지고 가지 못하면 저의 목숨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서복이 신령에게 빌었다.

“좋다. 한덩어리 연단을 가지고 가되 다시 가지고 와야 한다.”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조건이 있다. 선원 100명과 신지 여왕을 인질로 잡히고 가라. 만일 100일 안에 연단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신지 여왕과 너의 어부는 모두 죽는다. 꼭 연단을 가지고 와야 한다. 약속 할 수 있느냐?” 해신이 물었다.

“네. 약속하겠습니다. 연단을 황제께 보이고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저를 인질로 잡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신지 여왕이 반발하였다.
 

서복은 신지여왕을 설득하였다.
 

“우리 사랑은 여기까지입니다. 연단을 찾았으니 진나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진나라는 멀고 먼 나라여서 항해 중에 어떻게 될 줄 모르는 위험한 항로입니다. 제가 연단을 황제께 보여드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임이 가면 전 못삽니다.”

“100일 후면 꼭 돌아와서 신 지님을 모시고 진나라로 가겠습니다.”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소녀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서복은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고 녹산 선단의 선원 100명과 신지 여왕을 인질로 잡히고 진나라로 떠났다.

서복이 연단을 가지고 오자 시황제는 탄복하며 서복을 칭찬하였다.
 

“장하다. 서복 사. 이것이 불로장생의 약이로다.”

“폐하, 음미만 하십시오. 전 연단을 가지고 다시 백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 난 연단을 돌려줄 수가 없다.” 황제는 명약을 먹고 일부는 숨겨버렸다. 서복은 신령과의 약속을 어기고 거문도로 돌아가지 못했다. 백도의 신령은 약속을 어긴 서복의 부하 100명의 선원을 모두 죽여 버리고 신지는 거친 풍랑의 바다에 내던져 버렸다.
 

선원들은 죽어서 100개의 하얀 섬으로 변했다. 백도였다. 신지 여왕은 파도에 밀려 거문도 녹산 해변으로 밀려왔다. 그녀는 서복이 떠난 해변에 집을 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서복을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신지는 배를 구해 진나라로 갈 생각을 하였다. 막 거문도를 떠나려는데 백도의 신령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어디로 가려느냐?”

“서복을 찾아 진나라로 갈 것입니다.”

“그놈은 변심했다. 100명의 부하를 죽게 한 놈이다. 그런 놈을 찾아간단 말이냐?”

“그가 안 오는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가야 합니다.

“넌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난 그가 올 때까지 너를 인질로 잡아둘 것이다.”

“신령님, 난 서복을 사랑합니다. 그이 없이는 못 삽니다.”

“언약한 여자가 어떻게 세찬 폭풍을 물리치고 진나라까지 간단 말이냐?”

“가다가 죽더라도 갈 것입니다.”
 

그녀는 신령의 만류에도 배를 띄웠다. 그녀가 막 녹산 바다를 나가려는데 폭풍이 불어 배가 침몰당했다. 암초에 걸려 배는 침몰당하고 그녀는 바다 밑으로 수장되었다. 그녀가 암초에 부딪혀 죽은 후 어느 날 녹산 해변에 여암의 암초가 바다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바위 위에 인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신지 여왕이 인어가 되어 나타났다. 밤마다 인어공주는 그렇게 여암에 걸터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여암을 물개 바위라고 불렀고 바위에 올려 앉은 인어공주를 신지끼 여 화신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신지는 신지끼 여암 물개 바위에서 인어가 되어 서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비바람이 불거나 폭풍이 일 때 어부들에게 돌을 바다에 던져 풍랑의 기세를 알려 바다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신지꺼 인어공주는 오늘도 녹산 여에 앉아 서불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문도에서는 바다를 개라고 부른다. 개가 께로 변했고 다시 꺼로 변하여 끼로 변했다. 그녀가 나타나는 그 바다를 신지끼라고 하는 것은 신지개가 신지께에서 신지꺼로 변해 다시 신지끼로 변천한 것이다.
 

신지 여왕의 영혼이 인어가 되어 나타나는 여(암초)를 물개 바위라고 불렀다. 그리고 서복의 해단이 머물던 해변을 녹산이라고 불렀고 오늘도 신지끼 인어공주는 녹산 등대가 보이는 여암 물개 바위에서 거문도의 해난을 막아주는 수호신이 되었다. 그러나 한결같이 그녀는 서복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녹산의 신기끼 여암 물개바위에 앉아 은빛 비늘 꼬리를 바다에 담그고 휘저으며 소복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첨벙,첨벙, 돌을 던지며 ‘바람이 불어요. 바다에 나가지 마세요.’ 라고 외친다.  -끝-


<참고>

*개=끼-바다.해변 *여(바위)=암초 *신지끼 여=신지 해변의 암초

* 거문도 전설 ‘신지끼 인어공주’ 스토리 텔링은 2010년 최초로 여수 인터넷 뉴스에 발표한 김용필의 창작이다. 이후 많은 글과 영화 등으로 나온 이야길 다시 원작으로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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