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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8 오후 4:23:10 입력 뉴스 > 사설&칼럼

(김용필/ 여수 백도기행)
“백도의 여인”



  1. 천신과 인간을 사랑한 열기와 신지꺼 인어공주

 

소설가 : (米岡) 김용필
 ‘당신이 나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한번 찾아오세요.’

 

한 통의 SNS를 받고 그녀를 돕지 못한 죄책감에 밤새 울었다. 잊을 수 없는 그녀, 내가 그녀를 좋아했는데 그녀가 떠난 후 그리움에 절절한 아픈 가슴을 움켜잡고 몸부림을 쳤다.

 

그런데 그녀가 여수의 백도를 떠나지 못하고 해상을 떠돌고 있다는 것이었다. 열기와 신지꺼는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천신과 인간을 사랑한 죄로 영원히 용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의 여인이었다.

 

열기는 백도의 99개 바위섬을 맴돌며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신지꺼는 거문도 녹산 등대를 맴돌고 있었다.

 

‘미강님. 도와줘요, 용궁으로 갈 수 있게 해줘요. 걱정 말아요. 내가 꼭 용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게요.’라고 대답을 했으나 그것은 기약 없는 헛소리였다. 그런데 그녀의 전화를 받고 책임을 지지 못한 어리석은 대답에 죄의식을 느끼며 용길내서 그녀를 도와줄 생각으로 백도를 찾았다.

 

다도해의 심장 백도, 인간은 오를 수 없는 신비의 바위섬이다, 그녀는 상제의 아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천상으로 떠난 후 소식이 없었다. 열기는 백상도 등대에 기대어 아버지를 원망하며 제놀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제는 그녀와 사랑에 빠진 아들제놀을 데리고 가면서 백도 해상에 불의 심판을 내렸다. 제놀을 호위한 병사와 그녀의 궁녀들이 불의 심판을 받고 하얀 바위 섬으로 굳어버렸다.

 

백도, 여수의 섬이다. 난 그녀를 찾아 여수에서 백도 행 배를 탔다. 거문도에서 낚싯배를 빌려 한 시간여 달려 백도에 이르렀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하얀 바위 섬이 39개 해신처럼 솟아 있다. 99개의 바위섬 중에 물에 잠긴 60개와 물 위에 뜬 39개의 섬이 백도이다.

 

백도는 바다 밑으로 1000m의 거대한 산맥이 여수반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바다 밑엔 금강산이나 설악산 같은 아름다운 심해의 만물상이 두리워져 있었고 그 계곡의 중앙에 청룡 제국의 궁전이 있었다.

 

이곳이 열기와 신지꺼 공주가 살던 곳이다. 원래 용국의 해저 궁전은 육지인데 지구변동으로 거대한 궁전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그곳에 청룡 용국이 생겼다.

 

백도는 거친 파도와 바람에 부대껴 하얀 몸을 드러난 채 갈매기와 수리의 천국이 되었다. 사람이 오를 수 없는 외로운 백도를 누군가가 다도해의 심장이라고 하였다. 백도의 해저엔 열기라는 붉은 돔이 엄청나게 서식하고 있었다.

 

낚시꾼들은 이 붉은 돔을 잡으려고 백도 낚시를 즐긴다. 열기라는 붉은 돔은 상제의 불의 심판 때 도미들이 화상을 입고 빨갛게 탔는데 그 붉은 유전자가 대대로 계승되어 붉은 도미로 번성했다. 그러나 정작 붉은 돔은 잡히지 않고 갈치나 삼치가 잡혔다. 하긴 백도는 우리나라 삼치어장의 본거지였다.

 

백도로 가기 전에 거문도 녹산 등대에 올라 물결치는 파도 멀리 백도의 99개의 섬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내 앞에 나타난 것은 녹산 등대 아래서 요염한 몸짓으로 나를 응시하던 여인이 내 앞으로 다가섰다. 거문도 신지꺼 인어공주였다.

 

“백도엔 왜 가셔요?”

“열기 공주를 만나려고요. 공주가 나를 불렀어요.”

“언니를 도와줘요. 제놀을 기다리며 백상 암에 걸터앉아 눈물로 세월을 보내요.”

“만나서 용국으로 데리고 갈 겁니다. 신지꺼 공주님도 같이 가요.”

“싫어요. 난 용궁에 안 갑니다. 이곳이 좋아요. 인간이 좋아요.”

“녹산이 없는 세상인데........”

 

열기와 신지꺼는 용왕의 딸이었다. 신지꺼 인어공주는 열기 공주의 동생이었다. 두 자매의 인생이 바뀐 것은 인간을 사랑한 동생 신지꺼와 천상의 남자를 사랑한 열기의 절절한 사랑 때문에 영구히 용궁에서 추방을 당하고 말았다.

 

거문도에서 동서도와 불탄 봉, 영국군 묘역을 돌아보고 녹산 등대에서 잠시 신지꺼 공주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다가 백도로 가는 낚싯배에 몸을 실었다. 마침내 백도에 도착하여 99개 바위섬을 돌아보았다.

 

신비의 아름다운 비경, 천국이 아닌가. 그때였다. 백상도 무인 등대 바위에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춤을 추는 열기 공주를 발견하였다. 그녀는 눈이 빠지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나를 보더니 발가벗은 나상으로 두 팔을 벌려 내게로 달려왔다.

 

“미강님, 왜 이제 와요?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그녀는 날아가듯 바위섬을 뛰어내려 왔다.

“열기 공주, 내가 당신을 용궁으로 보내줄게요.”

“정말, 내가 용궁으로 갈 수 있을까요?”

“네, 갈수 있어요. 만약에 가지 못하면 제가 평생토록 공주를 사랑하겠습니다.”

“제놀은 오지 않겠지요?”

“네. 제놀은 상제의 명을 거역한 죄로 종신형을 받았답니다.”

 

거문도와 백도에서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다시는 용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열기와 신지꺼 인어공주의 슬픈 이야기가 전설로 남아 있었다. 백도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신선의 섬이다. 그러나 슬픈 전설의 두 여인을 위하여 난 거문도에 정착을 결심했다.

 

  2. 사랑에 빠진 해신녀와 천신남의 불륜

      

  *백도의 슬픈 여인, 열기 공주 이야기

다도해 해저 용궁에 아름다운 두 자매 공주가 있었다. 그녀들은 항상 해상 밖 세상을 동경하였다. 어느 날 열기와 신지꺼 공주가 마주 앉아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신지꺼, 용궁 밖 해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열기 공주가 물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하늘엔 찬란한 태양이 뜨고 지는 아름다운 세상이래.”신지꺼 동생이 그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지꺼. 우리 한번 바다 위 세상을 구경하러 갈까?”

“어떻게 용궁을 나가?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방법이 있어, 나만 따라와.” 열기는 호위무사가 구해온 배에 동생 신지꺼를 태우고 용궁을 떠났다. 한참 배를 타고 올라가니 물 밖의 찬란한 세상이 펼쳐졌다.

“이곳이 용국 밖 세상이야. 저기 사람들이 고기잡이하고 있어요.”

“저들이 인간이란다. 참 잘 생겼지.” 열기 공주가 설명해 주었다.

“나도 저들과 같이 인간 세상에서 살고 싶어.”

 

두 자매는 발가벗은 아름다운 여체를 내보이며 배를 타고 다도해 바다를 맴돌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바다는 온통 성난 파도를 뒤엎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들을 바다에 내던졌다.

 

열기는 열기대로 신지꺼는 신지꺼대로 각기 다른 곳으로 떠밀리고 있었다. 그때 건장한 사나이들이 열기를 구해 인근 거문도로 피신시켰다.

 

“난 하늘나라에서 지상 구경을 온 천사 제놀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우린 바다 밑 용궁의 공주입니다. 전 열기이고 동생은 신지꺼인데 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동생을 구해줘요.”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신지꺼 공주는 없었다.

 

제놀은 천제의 아들로 99명의 호위무사를 데리고 지구촌 여행을 왔다. 제놀은 아름다운 열기의 미모에 빠져버렸다. 열기 역시 제놀을 좋아했고 둘은 어느새 깊은 사람에 빠졌다. 천신남과 해신녀의 불륜이었다.

 

한편 신지꺼는 고기 잡던 인간 어부에게 구출되었다. 어부는 그녀를 거문도로 데리고 왔다. 열기 공주는 인간을 닮은 신의 아들 상제를 사랑하게 되었고 신지꺼 공주는 어부와 사랑에 빠졌다.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열기는 제놀과 신지꺼 공주는 어부와 환상적인 섹스의 황홀경에 빠져버렸다. 하늘과 용궁에선 상상할 수 없는 육체적 향연이었다. 그들이 섹스로 아이를 낳는 마력에 빠져버렸다.

 

어느 날 옥황상제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신하에게 물었다.

“지상으로 구경 간 제놀은 왜 오지 않느냐?”

“백도에서 다도해 용국의 공주와 사랑에 빠졌답니다”

“뭐라, 용국의 공주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인간이 즐기는 섹스에 빠졌답니다. 같이 간 무사들도 여자와 섹스를 즐긴답니다.”

“뭐라, 이런 발칙한 무리들이 있나 어떻게 하늘의 신들이 용궁의 공주와 놀아난단 말이냐? 당장 데리고 오너라.”

 

천사들이 상제의 명을 받고 제놀에게 돌아오길 권했으나 제놀은 상제의 말을 거부했다. 상제는 직접 지상에 내려와서 제놀이 용국의 공주와 섹스를 즐기는 것을 보고 화가나서 불의 심판을 내렸다. 그리고 제놀을 잡아갔다.

 

하늘에서 온 호위무사들과 용국의 시녀들이 모두 불에 타 죽었다. 그들의 시체는 바위섬으로 굳어졌다. 99명이 다도해 바다에서 하얀 바위섬으로 변신했다. 사람들은 이 바위섬을 백도라고 불렀다. 그러나 열기는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백상도 등대에 숨어서 하늘로 가버린 제놀을 그리며 슬픈 몸부림으로 춤을 춘다는 전설이 백도에 전한다.

 

  *. 거문도 신지꺼 인어 이야기

용왕의 둘째 딸 신지꺼는 인간의 어부 녹산과 결혼하여 신들이 누릴수 없는 감미로운 육체의 환상에 젖어 지냈다. 용왕은 제신들에게 물었다.

 

“신지꺼 공주는 어디로 갔느냐?”

“공주는 거문도의 어부와 사랑에 빠졌답니다.”

“뭐라, 해신이 인간과 사랑을 나눈다고?”

“네. 신들이 할수없는 육체적 섹스를 즐긴답니다.”

“이런 요망한 것, 공주를 영원히 용궁에 들이지 마라.”

 

그렇게 신지꺼는 거문도에서 어부 녹산과 육체적 환상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녹산이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용왕의 병사를 만났다. 용국의 병사는 그를 폭풍 속에 휘말려 죽게 하였다.

 

그것도 모르고 신지꺼는 녹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늦게 아버지가 녹산을 죽였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를 원망하지만 결코 그녀는 용궁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 후 신지꺼는 등대 아래서 녹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거나 폭풍이 일 기미가 보이며 그녀는 어부들에게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해변에서 춤을 추며 물을 끼얹고 돌을 굴리며 출항을 막았다.

 

그러나 신지꺼는 용궁으로 돌아갈 없는 신세가 되어 등대 언덕에 나상으로 앉아 녹산을 기다리고 있다는 거문도의 전설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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